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 <천지신명>

[아니리] 그때여 심황후 부친 상봉할 량으로 맹인잔치를 배설하였으나 부친은 보이지를 아니허니 일야는 옥난간에 비켜앉아 울음을 우난디 진양조 천지신명이 이다지도 무심턴가 황송하신 처분으로 맹인잔치를 하옵기는 불쌍하신 우리 부친 상봉헐까 바랬더니 어이 허여 못 오신고 당년 칠십 노환으로 병이 들어서 못 오신고 불효여식 날 보내고 애통자진을 허시다가 세상을 떠나셨나 몽운사 부처님의 영험으로 감은 눈을 뜨옵시고 맹인 축으가 빠지셨나 어이 허여서 못 오신그나 오날 잔치가 망종인디 어찌허면 상봉을 헐끄나 아무도 모르게 울음을 운다 [아니리] 이렇듯 슬피 울다 한 곳을 바라보니 어떠한 맹인인지 저 말석에 시름없이 앉어 있거늘 심황후 시녀 불러 너희들은 급급히 나가 저기 앉어 있는 저 맹인 이름이 무엇이며 거처가 어디이며 처자가 있는지 낱낱이 알아오도록 하여라 창조 그때여 심봉사는 언제든지 처자말만 나오며는 감은 눈에서 눈물이 뚝뚝뚝 떨어지며 중모리 예 소맹이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난 황주 도화동이 거토옵고 성은 청송 심가요 이름은 학규온디 곽씨문의 취처허여 이십에 안맹허고 사십에 상처헌 후 강보에 쌓인 여식 동냥젖을 얻어 먹여 근근히 길렀더니 효행이 출천하야 애비의 눈 어둔 것이 평생의 한이 되어 공양미 삼백석을 몽운사로 시주하면 애비 눈을 뜬다 허니 저 죽는 것은 생각잖고 남경장사 선인들게 삼백석에 몸이 팔려 물에 빠져 죽었소 자식 팔아 먹은 놈이 세상 살아 무엇허리까 몹쓸 놈의 인간을 죽여주오 어서 급히 능지처참을 시켜주오 감은 눈에서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그저 퍼버리고 울음을 운다 자진모리 심황후 이말 듣고 산호주렴을 걷어버리고 버선발로 우루루루루루 우루루루 나가더니 부친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몽운사 화주승이 공들인다 허더니마는 영험이 덜 허신가 아이고 아버지 (간주) 임당수 풍랑 중에 빠져 죽던 심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아버지 눈을 떠서 청이를 보옵소서 (간주) 심봉사 이말 듣더니 먼눈을 희번쩍 희번쩍 허더니마는 아니 지금 누가 나더러 아버지라고 혀 에이 나는 자식도 없고 아무도 없는 사람인디 그런디 누가 나더러 아버지라고 혀 내 딸 심청이는 임당수 죽었는디 여기가 어디라고 살아오다니 웬 말이냐 이것이 꿈이냐 이것이 생시냐 꿈이거든 깨지 말고 생시거든 어디 보자 더듬더듬 만져보며 어쩔 줄 모를 적에 난데없는 오색채운이 황극전을 두르더니 청학백학 난무궁중 운무간을 왕래허더니 심봉사 감은 눈을 희번쩍 희번쩍 희번 쩍 눈을 떴구나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감은 눈을 뜨고 보니 천지 일월이 장관이요 황극전 높은 궁궐 맹인 잔치도 장관이요 열좌 맹인이 눈을 떴으니 춤출 무자가 장관이로다 얼씨구 얼씨구 절씨구 송천자 폐하도 만만세 심황후 폐하도 만만세 부원군도 만만세 성수무강 하소서 얼씨구 얼씨구 절씨구 얼씨구나 아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