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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한참 노닐적에 독수리란 놈이 어디서 윙하고 토끼 대글박을 후닥딱 뚝딱 차 덮치니 아이고 장군님 어디갔다 인제 왔오 오 내가 둥둥 떠 다니다가 시장해서 너를 잡아 먹을라고 왔다. 아이고 장군님 어디서부터 잡수실라요 맛 좋은 대가리서부터 먹어야겠다 아이고 장군님 나 죽기는 섧지 않으나 내 설움이나 들어보시오 아니 이놈아 네가 무슨 설움이 있단 말이냐 청승 떨고 울어보는데 아이고 아이고 어떨거나 아이고 이를 어쩔거나 수궁천리 먼먼길에 겨우겨우 얻어온 것을 무주공산에 던져두고 임자없이 죽게되니 이 아니 설소이까 야 이놈아 예 너 무슨 딱한 사정이 있는 모양이로구나 그런 것이요 요번에 제가 수궁을 들어 갔제라오 뭣이 어째 네가 수궁을 들어갔어야 예 수궁을 들어갔더니 용왕께서 의사줌치라는 것을 하나 내주십디다 거 의사줌치라는 것이 무엇이냐 글세 그것이 요상스럽게 생겼단 말씀이요 요렇게 딱 펴놓고 보면 구멍이 한 두서너군데 뚫렸는데 한궁기를 탁 퉁기면서 썩은 개 창자 돼아지 창자 나오너라 하면 하루에 개 창자 돼아지 창자가 수천발 나오고 또 한궁기를 탁 퉁기면서 뼝아리 새끼 나오니라 그러면 뼝아리 새끼가 수천마리가 그저 꾸역꾸역 나오고 그 좋은 보물을 임자 찾어 못 전하고 저 무주공산에다 두고 죽게 생겼으니 그 아니 딱한 일이요 야 이놈 토끼야 예 내가 너를 살려줄텐께 그거 나줄래 아이고 목숨만 살려 주신다면 드리고 말고라우 그럼 그것이 어디 있느냐 저--석산 바우 틈에 있지라우 그럼 가자 이 독수리란 놈이 토끼 대글박을 좋은 소주병 차듯 옆구리에 탁 차고 훨훨 날라가더니 석산 바우 밑에다 탁 내려 놓더니 여기냐 예 너 이놈 토끼야 내가 시장해 죽겠으니 너 잔꾀 부리지 말고 얼른 가지고 나와 아이고 장군님 나를 그렇게 못 믿겠소 나를 그렇게 못 믿겠거든 내 발목을 딱 잡고 계시다가 내가 조금씩 놔 달라거든 놔 주시요 그러면 그러자 이 토끼란 놈이 원래 꾀가 많은 놈이라 바위 틈에다 앞발을 딱 버티고 장군님 닿을만 허요 조금만 놔주시오 그러면 그러자 조끔만 더 놔주시오 조끔 조끔허다가 뒷발을 탁 차고 안으로 쑥 들어가더니 느닷없이 시조 반장을 허것다 '세월이 여류허여' 너 이놈 토끼야--아 내 시장해 죽겠다는데 무엇이 그리 한가한 체라고 시조를 부르고 자빠져있어 빨리 이리 의사줌치 안가지고 나와 너 이놈 독술아 이놈 내 뒷발길질 나가면 네 해골바가지 부서진께 어서 날아 가거라 너 이놈 여기 다시 안 나올래 내가 노회해 문밖 출입 헐 수도 없고 집안에 들어앉아 손자나 봐주고 자붕이나 즐길란다 이놈 독술아 이것이 바로 의사줌치 아니냐